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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10 14:40
중국대사관 앞에 환향녀(還鄕女) 동상도 세워야
 글쓴이 : 휘모리
조회 : 1,369   추천 : 3   비추천 : 0  
인조(仁祖)는 청(淸)나라에 굴복하며 "청과 조선은 혼인관계를 맺어 사이 좋게 지낸다"고 약조한다. 얼핏 보면 중세 사회에 흔히 있는 정략 결혼으로 생각한 조선은 8개월이 지나 "약조를 지키라"는 청의 재촉을 받고 화들짝 놀란다.

차일피일 미루던 조선은 하는 수 없이 관기(官妓) 10여 명을 청에 보낸다. 그들은 "명나라에 미녀(美女)를 보낸 걸 아는데 우린 왜 추녀(醜女)를 보내냐!"며 게거품을 들고 달려든다.

조선을 농락할 꼬투리를 찾던 청은 이를 빌미로 조선인 수 만명을 인질로 잡고 거래를 시작한다. 이때 붙잡혀온 부모,형제,자매의 울부짓는 소리가 "지축(地軸)을 흔들었다"니 말 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였을 것이다.

1인당 공표된 몸값(데려갈 수 있는)이 은화 20냥 정도였으나 실제 뇌물 등까지 합하면 100냥이 넘었다니 돈 없는 양민과 노비는 감히 꿈도 못꾸고 맹수에게 잡혀 있는 새끼를 쳐다보는 어미 사슴처럼 포박(捕縛)된 가족을 보며 절규하는 것 외에 도리가 없었다.

이것은 시작해 불과했다. 인조의 장남인 소현세자(昭顯世子)는 병자호란 이듬해 세자빈과 함께 청의 수도인 성경(盛京,지금의 선양)으로 끌려갔는데 당시 조선인을 잡아둔 심양관(審陽館)에 억류된 조선인이 60여만 명으로 그중 절반은 여성이였다. 당시 조선의 인구가 1천만 명인데 60여만 명이 끌려왔으니 당시의 참상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여기서 그 유명한 '화냥녀(년)'라는 말이 나오는데 元어원은 '환향녀(還鄕女)'로 "고향이 그리워 돌아온 여성"을 의미한다. 조정은 대부분 정조(貞操)를 잃은 그녀들을 구제할 요량으로 청나라 사신이 묶던 홍제원(洪濟院,현 홍제동) 인근 냇물에 몸을 씻게하는 형식을 빌어 그들의 설움을 보듬었다. "널리 구제한 냇물"란 뜻의 '홍제천'의 어원은 이때 유래한 것이다.

조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향녀들은 멸시와 천대 속에 힘든 삶을 살게 되고 심지어 문중(門中)에서 조차 배제 당하는 등 조선에서 그녀들의 삶은 노비와 다를 바 없었다.

역사상 30여만의 여성이 인질과 성노리개로 잡혀갔다는 건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픈 역사다.
헌데 많은 젊은이들이 '위안부'는 알지만 환향녀의 역사적 배경과 그녀들의 고통에 무지(無知)해 보인다. 마치 독립문이 청나라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迎恩門)을 허문 자리에 지은 걸 모르고 일본에게 독립해 세운 것으로 오인하는 이가 많은 것과 흡사하다.

역사에 경중(輕重)을 논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위안부에 대한 역사 인식도 중요하지만 환향녀의 처절한 고통도 우리 국민은 알 필요가 있다.
교육을 했음에도 모르는 건 무식(無識)이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알림이 부족한 건 엄연한 직무유기다.

해서 시민단체와 선각자들이 나서서 중국대사관 앞에 '환향녀 동상'을 세웠으면 한다. 그것이 치욕적인 역사를 한방에 알리는 차선책이다. 물론 중국의 반응은 누구처럼 무시하고 말이다.


*추신:최선이 아닌 차선인 이유는 상대국의 체면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휘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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