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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06 19:35
최익현의 위정척사(衛正斥邪) 운동과 통일
 글쓴이 : 청기사
조회 : 4,954   추천 : 2   비추천 : 0  
1895 년 11 월 단발령이 떨어지자 "내 머리는 자를 수 있을 망정, 내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고 한 이가 바로 유명한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이다.  최익현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의병을 조직해 거병하였고 이후 관군에 체포돼 대마도에 유배되었으나 왜적의 쌀은 먹을 수 없다며 단식사하여 조선시대 선비 정신과 독립운동의 충혼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최익현은 1855년 철종 때 23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해 벼슬에 나섰다.
 
당시 연표를 간추려 보면 이렇다.
1805년(순조5년)에 안동 김씨 세도 정치 시작.
1811년(순조 12년) 평안도 농민전쟁 발생.
1814년(순조 15년) 제주도 민란 발생.
1848년(헌종 14년) 이양선(서양선)의 잦은 출몰.
1860년(철종 11년) 최제우 동학 창시.
1862년(철종 13년) 전주 민란 발생.
1863년(고종 1년) 고종 즉위와 대원군의 등장.
1866년(고종 3년) 민치록의 딸 민씨 왕비 책봉.
1866년 7월 제너럴 셔면호 사건 발생.
1866년 9월 병인양요 발생.
1871년(고종 8년) 신미양요 발생.
1875년(고종 12년) 운요 호 사건 발생.
1876년(고종 13년)  강화도 조일수호 회담.
1876년 4월 일본 수신사 파견.
1881년(고종 18년) 신사유람단 파견.
1882년(고종 19년) 임오군란 발생.
1884년(고종 21년) 갑신정변 발생.
1885년(고종 22년) 거문도 사건 발생.
1894년(고종 31년) 갑오 농민 전쟁 발생.
1894년 갑오개혁 시작과 공문서 한글 사용.
1894년 2차 농민 봉기와 전봉준 체포됨.
1895년(고종 32년) 유길준의 '서유견문록' 발행.
1895년 8월 20일 을미사변으로 민비 시해.
1985년 11월 단발령.
1986년(고종 33년) 각지에서 을미 의병 봉기.
1986년 2월 11일 아관파천.
1986년 4월 7일 독립신문 창간.
 
최익현은 성리학 거두 이항로의 문인으로서 골수 위정척사(衛正斥邪) 파다. 위정척사란 정학(正學)인 성리학 질서를 수호하고 그 이외의 모든 종교와 사상을 사학(邪學)으로 배격한 운동이다. 조선 후기 서양 문물인 서학(西學)이 들어오자 조선에서는 실학(實學) 운동이 활발해지고 천주교가 전파되니 주자학자들은 이를 사도(邪道)로 몰아 배척했다. 이들 위정척사파는 개항과 통상을 반대하다 국운이 넘어간 뒤로는 항일운동으로 나섰던 '반외세 자주 운동가'였다고 할 수 있다.
 
최익현이 단발령에 반대한 그해 유길준은 <서유견문록>을 펴냈다.  최익현은 갑오개혁에 반대하고 서학과 실학에 대립했다.
그 전에 그는 대원군을 탄핵했는데 대원군이 등장한 때는 왕권이 피폐하고 세도 정치가 극성을 떨던 시기였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고 당백전을 발행한 것은 무너진 왕권을 복구하고 귀족 양반의 수탈을 막아 조선을 부활시키려 했던 것인데 이를 고발한 최인현의 탄핵으로 대원군은 실각하고 민비가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물론 최익현이 민씨 정권에 참여한 것은 불문가지다. 민씨 정권에 참여하게 된 최익현은 민씨 정권이 개혁 정책을 취하자 불만을 띠고 갈등하기도 했다.
 
최익현은 유학자로서 왕도정치를 주장한 자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조 후 정순왕후 등의 척족 세력과 세도정치로 무너져 내린 왕권을 바로 세우려 했던 대원군을 탄핵해 실각시켰고 그 결과 민씨 세력이 부상하고 그들로 인한 국정 파탄의 길을 튼 장본인이다. 일제가 조선에 진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임오군란이었는데, 임오군란은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쌀주머니의 반을 모래를 채워 넣고 빼돌린 민씨 집안의 수탈로 군심이 폭발해 일어난 반란 사건이다.
 
최익현은 그가 관직에 나선 1855년으로부터 50년이 지난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의병활동을 하다 관군에 체포돼 대마도에서 단식사하였다. 그 50년 동안 최익현은 조선이 근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위정척사'란 가치 하나로 막고 절단냈다. 일본은 1867년 명치유신으로 근대화를 시작해 욱일승천의 기세로 힘을 길러 서양 열강에 편승해 조선을 침탈했다. 최익현이 관직에 나선 후 불과 50년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대원군을 탄핵해 결과적으로 왕권을 몰락시켰고 세도 정치를 부활시켰으며, 동학란과 빈번한 민란을 오로지 반역 세력으로 몰고 성리학만 고집해 귀족 양반들의 이데올로기만 지키려다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하였으며, 서양 열강의 개항 통상 요구를 위정척사란 단 한 마디로 거부해 근대화란 절박한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결과 일제 침략을 피할 수 없게 만든 장본인이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된 후 뒤늦게 한탄하며 의병을 일으키고 대마도에서 왜적의 쌀을 먹지 않겠다 단식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었단 말인가. 그것이 무슨 졸렬한 기개며, 선비 정신으로 받들 가치가 있단 말인가. 나라를 망하게 하고 백성을 일제의 노예로 만들어도 자기 고집, 자기 자존심, 자기 소신만 지키면 존경 받는 선비가 되고 독립 운동가가 되어 백성을 가축으로 몰아 넣은 조선멸망과 식민지라는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한국 역사 교과서란 게 대개 이런 식이다. 왕비 민씨가 일제의 손에 죽었다 해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식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최익현이 대마도에서 왜적의 쌀을 먹지 않고 단식사했다 하여 선비의 기개와 항일 정신을 기린다면 대체 우리는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어떻게 얻어야 하는가.
김구란 인물이 비록 일제 식민지 시대에 독립 운동의 구심이 되고 꺼질 것같은 작은 불씨가 되어 희망의 상징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해방 후 민족이란 관념적인 가치 하나로 월북을 하여 민족 공동 회의니 뭐니 하며 시국을 오판해 자칫하면 민족 자체를 존망의 길로 밀어 넣을 뻔했던 과오는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중국 CCTV에서 제작한 '대국굴기'란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근세 일본의 욱일승천했던 과정을 자세히 담은 장편 기록이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는 한국인들의 마음이야 착잡하고 분노가 일 수 있겠지만 그게 역사다. 제대로 배우고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인과관계를 자세히 살필 수 있어야만 그로부터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실용과 실학이 없는 관념적 가치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조선 인조 때 청나라가 침략을 해 오자 조선은 주전파와 주화파로 갈려 고집스레 반목하다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고, 선조 때는 일본의 의도를  당리당략에 따라 아전인수로 해석하다 임진왜란을 당했다. 조선 후기 선비란 것들은 실학을 위정척사라며 박멸을 하였고 그 결과 조선은 멸망했고 민족은 일본의 노예가 되었다.
최익현의 지조와 기개란 대부분의 백성이 양반 귀족의 노예로 살던 시절 귀족들의 이데올로기에서 나온 아집과 독선이며 국가와 민족을 위하기보단 오히려 멸망을 자초한 어리석고 유아독존하는 꼬장질이다.
 
박근혜는 약속이니 원칙이니 떠들지말고 앵무새처럼 남북 신뢰프로세스를 떠들지마라.  민주당은 햇볕정책이니 6.15 선언이니 10.4 선언이니 떠들지말고, 종북주의자들은 관념적 통일론을 외치지 마라. 그 모두가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니 '내 목은 칠 수 있을지언정 내  머리 카락은 자를 수 없다"는 허세 좋은 꼬장질일 뿐이다.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진실을 잃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없는 통일이 무슨 소용인가. 통일을 위해서라면 연방제통일도 좋단 말인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자기 아집에 빠져 반외세 자주 통일이니 남북 신뢰프로세스니 주장하는 건 최익현의 위정척사 운동처럼 어리석은 만용이고 그 피해는 언제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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