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오해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에 대해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안희정은 국민들한테 도덕적이고, 유순하며 잘 생긴 이미지여서인지 의외라는 반응들이 많다.
한편에서는 폭로자인 김지은 비서에 대한 비난을 시작했다. 뭔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 폭로자의 행동이 이상하다, 지사의 행위를 거절할 만큼의 힘도 없었을까, 하는 여론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인 듯 하다.
김지은은 준비되고, 연습된 폭로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그 자리에 나타난 걸로 보이는데, 30대의 순진한 여성의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은 지금이 2010년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지만 별로 바뀜이 없다. 안희정 지사가 서 너 차례 김지은 비서를 탐했다고 하고, me too 운동이 시작되고는 자신도 찔리는지 김지은을 달래려고 했나보다. 김지은이 자신의 사랑을 원해서 서운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잠자리를 하고...
여성들은 누구나 sofa 승진을 원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상사와 잠자리를 하고, 진급을 하고 -그런 모습들을 남들은 시샘하고, 욕할지는 모르지만 정작 자신은 죽을 만큼의 절망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나 자신이 원하지 않은 성관계라면 더욱 더....
물질에 대한 욕망이나 승진이 자신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비난받을 것이 틀림이 없는 성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여성들이 자괴감을 가질 것이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싶다. 더더구나 도지사 비서정도 되면 이성이 감성보다 훨씬 앞서는 여성일텐데 말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안희정 지사는 여비서가 자신의 사랑을 원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한 번 더 안아주었고, 그것으로 무마된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 번 더 안아주는 것으로 보상을 한 안희정이 전근대적인 봉건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도 실망스러운 또 하나의 모습이다.
이문열 소설의 ‘익명의 섬’에서 깨철이는 여성의 성만을 이용해먹는 인간이다. 여성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에 나타나서 그들의 성적 욕망을 채워준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인데도 여자주인공은 문득 깨철이가 기억이 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이 싫어한다고 해도 자꾸 신체접촉을 하면서 자신을 기억시키려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안희정도 그러한 점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여성들을 자기의 여자로 만들려고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영역이 넓혀지는 줄로 착각하면서....
안희정을 구제하겠다고 김지은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더 나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