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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20 13:46
가장 "광주스럽게" 변질된 광주형 일자리,
 글쓴이 : 한신
조회 : 2,021   추천 : 0   비추천 : 0  
지난 20143, 그 해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전 광주시장 윤장현은 초임 연봉 3500만원 자동차 공장을 지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44시간 근무에다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에 연동해 자동 산정하고 단체협약은 5년간 유예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놨다. 광주시의 제안에 대해 현대 자동차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장현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성공사례까지 제시하여 정치권과 경제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로서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특히 전체 제조업 종사자 중에서 자동차와 기계산업의 종사자 비중이 5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렀다, 이 지역에는 벤츠, 포르쉐, 보쉬, 지멘스, IBM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업을 포함하여 14만개의 기업이 있는 도시다. 이 도시는 19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대량생산에 의한 가격경쟁보다는 고부가가치의 품질경쟁으로 독일 내에서 경제적인 번영을 가장 많이 누렸던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슈투트가르트 지역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게 된다. 1990년대 초반부터 3~4년간 이 지역의 제조업은 5%의 수출 감소율을 보였고, 투자는 무려 31%가 줄어들었다. 또한 1992~1996년 사이에 11만개나 되는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1980년대 4%대를 유지하던 실업률이 1990년대 중반에는 9%를 넘어서자 지역의 경제는 피폐화되기 시작했다. 그때 위기를 느낀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주민들과 각종 사회단체들은 경제 회생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 총결집을 시도하여 지역협의회라는 기구를 결성했다.
 
하지만 지역협의회 측에서는 이 지역 자동차 회사의 강성 노조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협의회는 강성 노조와 대화와 압박 전술을 끈질기게 사도하여 마침내 노조의 양보를 받아 내어 경제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의 강성 노조가 경제 회생에 동참한 것은 우리나라의 귀족 강성노조와는 노조가 추구하는 성격부터가 달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거론한 슈투트가르트 모델이었다.
 
이처럼 윤장현 전 시장이 제시한 소위 광주형 일자리라는 것이 비록 슈투트가르트 모델을 벤치마킹한 방안이기는 했지만 현대 자동차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만한 충분한 방안이기는 했다, 그리고 이 제안이 나온 지도 벌써 4년이 지났고 경영 환경도 그때와는 상당히 변했다. 지난 4년 동안 현대 자동차의 실적은 매년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위태로운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전 종목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현대 자동차 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현대, 기아차로 대표되는 자동차 업계는 더욱더 심각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 현대자동차의 금년 3분기 매출은 254천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2900억원에 약간 못 미쳤다. 중국의 사드보복 당시에도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심각한 어닝 쇼크가 아닐 수가 없다. 4년 전에 비해 경영환경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대안을 모색해야할 현대 자동차 측의 입장에서 보면, 광주형 일자리라는 것이 윤장현이 처음 제시한 원안대로만 실행될 수만 있다면 경영위기를 극복할 모멘트가 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자동차 측의 희망은 허황된 꿈 속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현대 자동차 강성 노조가 민노총 산하에 있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 자동차 노조가 어떤 노조인가,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평균 연봉을 받으면서도 매년 상습적으로 파업을 일으키는 강성 노조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현대 자동차가 아니던가, 이 같은 강성 노조가 초임 연봉 3500만원을 주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흔쾌히 수용할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현대 자동차 경영진의 상황판단 능력 부족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밀당을 계속해왔던 광주시와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이 참여한 '광주형 일자리 투자유치추진단'은 윤장현이 처음 밝혔던 원안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최종 합의문을 내놓았다, 44시간 근무를 40시간으로 바꿔 3500만원을 받겠다고 하면서 나머지 4시간은 별도 특근비로 1000만원 이상을 더 받는 방안을 제시했고, 단체협약 5년 유예 조항도 삭제했으며, 물가 상승률만큼 받겠다던 임금도 노조와 교섭을 통해 결정하기로 변경했으며, 노동자 이사제 도입을 통해 노조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넣었다. 이처럼 광주형 일자리는 가장 광주스럽게변질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니 현대 자동차로선 백기(白旗)드는 일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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