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설날 단오가 큰 명절이었다. 세시풍속으로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일가친척은 물론 동네 연세 높은 어른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올렸다. 외가나 출가한 고모가나 이모가 멀리 있는 친인척들도 찾아가서 세배를 했다. 2월 초하루까지 세배는 이어졌다. 사랑방은 손님이 빈 날이 없고 주안상은 늘 준비가 되었다.
묵은세배라고 섯달 그믐날 하고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세배를 다녔다. 어른들은 올해 누구는 아직 세배를 오지 않았다는 것도 기억을 하시고 연가를 한다.
이제 세시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명절도 많이 달라졌다. 단오가 큰 명절이었는데 사라졌다. 내 고향은 추석보다 중구(음력9월9일)에 햇곡식으로 차례를 지냈는데 이제 는 중구는 사라졌다. 햇곡식이 없어도 추석에 차례를 지내거나 성묘를 한다.
고향을 지키고 있으면 그나마 친인척들이 모였으나 이제는 사회가 변하다보니 전국에 흩어져 산다. 경우에 따라 외국에도 산다. 이러다 보니 명절을 간소화하거나 차례지내는 풍속도 변화를 한다. 외국여행을 하거나 콘도에서 맞이한다. 세배를 다니는 것도 줄어들었다. 차례준비도 모인 사람이 먹을 만큼 한다.
음식 장만으로 며느리와 여자들 고생하는 것도 이제는 안 된다. 결국 시집 친정 문제들도 서로 논의해가면서 한다. 가부장적인 세시풍습도 변했다.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 노동으로 심신이 힘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옳은 것 같다. 새 가정을 꾸리는데 여자가 시집으로 가거나 남자가 처가에 가서 살아가는 경우도 늘어난다.
직접 뵙지 못한 조상에게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것에 거부감도 있다. 결국 이제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변화한다. 변화하면서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