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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2 07:19
[길병곤] 답게 사는 삶이 아름답다
 글쓴이 : 주노
조회 : 1,562   추천 : 0   비추천 : 0  
□ 초빙칼럼         
                                                                                                     길병곤.jpg
                                                                                                             길 병 곤
                                                                                                                         자유기고가, 소설가
 
답게 사는 삶이 아름답다
 
 
이 풍진세상에 답게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꾀 많고 속물근성으로 얼룩진 인간이 권모술수를 벗어나 고지식하게 다운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더없이 힘든 일이다. 송충이는 솔잎만, 누에는 뽕잎만, 소는 풀만 먹으며 변함없이 자기들 답게 영원히 잘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답지 못한 수작으로 답게 살던 소가 자기 답지 않게 육골분사료(동물성)를 먹게 되었다. 그 결과 광우병에 걸려 자신도 미쳐버리고 이웃에게도 고통을 줬다. 이처럼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답지 않은 행동을 하면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피해를 주면서 연민은 느끼게 한다.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전성기 때 선박왕 ‘오나시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성악을 하지 않았다. 그녀답지 않게 상류사회의 환락에 빠졌다. 다행(?)스럽게도 ‘오나시스’가 ‘재클린’과 결혼을 함으로써 그녀는 실망했지만 다시 원래의 다운 모습으로 돌아와 성악가로 말년을 장식했다. 그녀가 자기다운 자세에서 벗어났을 때 우린 슬퍼했지만 성악가다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을 땐 아름다워 보였다. 작가는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체육인은 몸동작으로 기술인은 기술로 자신을 표현 한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 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장인(匠人)정신은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장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자기 업무를 답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장인인 것이다.
 
허나 답게 살기를 원했지만 실천에 못 옮겨 좌절한 사람들도 있다. 기능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통닭 배달을 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참으로 아연실색할 일이다. 기능인 다운 모습을 버린 이런 행위는 사회의 책임이고 국가의 손실이다. 이는 그 분야의 답지 않는 지도자 때문에 답게 살려는 사람의 꿈이 깨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곤충이나 동물보다 못한 답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 명예와 권력과 재물에 집착한 나머지 때론 웃음거리가 되고 꼴불견이 되기도 한다.
 
답지 않은 정치인이 뇌물을 받고 답지 않은 시정잡배를 공천한다거나, 상인이 답지 않게 회계사와 짜고 분식회계를 통해 답지 않는 은행원과 결탁, 대출을 받고, 답지 않는 세무원과 내통, 세금을 포탈하고, 답지 않는 공직자와 한통석이 되어 계획적 부도를 낸 후,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빼먹고, 답지 못한 법조인에게 유전무죄라는 미명하에 답지 않은 엉터리 무죄 판결을 받고 와이키키 해변에서 가족들과 행복을 만끽했던 사악한 국가적 폐륜아들이 있었다.
 
답지 못한 정책으로 고귀한 청춘을 우롱하는 경우도 있다. 과학고 출신은 한국과학기술원대학이나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서 과학의 꿈을 달성해야 하고, 외고 출신은 외국어 대학에 진학해서 고교 때 전공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며, 국제고 출신은 국제정치, 국제문화, 국제법 등 국제계열 전문 지식을 연장선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같은 계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고유 특성을 무시하고 답지 않게 일류대 의약학과와 법과 계열에 들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변질되었다. 지도자의 답지 못한 이기주의 발상으로 모든 것이 답지 못하게 뒤집어진 것이다. 창칼을 들고 전투를 연마한 사람이 막판에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뛰어들어가는 꼴이다.
 
답지 않은 이런 현상은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지도자 다운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화 시대에 중국과 일본은 구별하지만 남한과 북한을 구별 못하는 외국인이 30.2%라고 한다. 아무리 강남스타일을 보여 줘도 우리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원인은 뭔가.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의 외교 활동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전문가 보다 답지 못한 도피성과 인맥에 의한 해외 근무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도 꼼꼼하게 꿰뚫어 봐야 한다.
 
배를 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바다 계열의 리더가 되고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이 바다 근무자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불거진 때가 있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치욕적인 세월호 참사도 이런 답지 못한 리더들이 지휘를 했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지도자가 축산물 전문가와 친하다는 이유로 공석인 수산물을 축산물 전문가에게 맡긴다면 소나 개가 다 웃을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 건 지도자가 답지 못한 행위를 하면 그 조직은 반드시 파멸한다. 무소유로 외길을 걸었던 옛 장인들의 정신이 새삼스레 그리워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첨예한 조직 사회에서 정치인,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 문화체육 계통의 리더들은 추잡한 비리의 온상에서 벗어나 전문가 다운 헌신적인 끼를 보여 줘야 한다. 또한 지도자는 주변의 답지 못한 모리배, 정상배, 시정잡배들과 국고를 탕진하는 답지 못한 망나니들의 빈대 근성도 척결해야 한다. 근간 정치권 화두가 ‘국가개조’에서 ‘국가혁신’으로 바뀐 듯하다. 물리적이냐 화학적이냐로 말씨름 할 건덕지도 없다. 굳이 개조다 혁신이다 라는 슬로건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겉과 속이 다른 답지 않은 리더 선택을 지양하고 다운 모습으로 그답게 행동할 사람을 발탁하면 된다.
 
어떤 분야에서 건 모든 업무가 엉터리 스펙과 표절로 점철된 논문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이해관계를 떠나 꾸밈 없이 희생적이고 전문가 답게 행동할 인재가 진짜로 필요한 작금이다. 해외 동화에서 ‘마르코’가 ‘엄마 찾아 삼만리’를 가듯 지도자는 답게 헌신할 수 있는 쓸 만한 재목을 찾아 삼만리 험한 산길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답게 사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인재를 찾아 떠돌던 주나라 문왕은 어느날 강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재상으로 등용해서 국가를 부흥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각 분야의 지도자는 인사에서 친인척 동향 선후배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옳고 답게 행동할 사람을 발굴하기 위해 문왕처럼 떠돌아다닐 줄도 알아야 한다. 다운 사회가 형성될 때 개인은 물론 모든 조직의 소망은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며 답게 사는 삶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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