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현 대
변호사, 시인
엄마의 짐
엄마는 장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20리 길 5일장 풍산장에 가셨다.
어린 나는 그 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짐은 등에만 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도 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장에 가는 길은 낙동강을 건너고 풍산들을 지나야 했다.
강에 사공이 없으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모래성을 쌓았지만
엄마는 강건너 사공을 목놓아 불렀다.
빨리가야 깨며 고추를 팔아 장을 볼 수 있는데...
풍산들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더운 여름날 장 꾸러미 들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깨끼 하나로 지나오기에는 너무 길었다.
추운 겨울 강들바람을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제 엄마는 머리에 짐을 일수 없다.
낙동강에는 배도 없고 사공도 없지만
엄마가 갔던 그 풍산장에 한 번 가고 싶다.
내 등의 짐을 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