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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2 06:25
[장민수] 우리 남편 좀 살려 주세요
 글쓴이 : 주노
조회 : 1,623   추천 : 0   비추천 : 0  
119이야기
   
                                                                                            장민수.jpg
                                                                                           장 민 수
                                                                                            응급구조사
 
우리 남편 좀 살려주세요
 
 
평소와 다름없이 출동벨 소리가 울렸다. 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신고 내용은 남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둘러서 사이렌을 켜고 급히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출동도중 서울시내 모든 119신고가 접수되는 서울종합방재센터 의료지도팀에서 출동대원 및 신고자와 3자 통화를 하며 신고자로 하여금 심폐소생술을 하도록 부탁드렸다. 또한 출동하는 팀원들과 출동현장에 도착해서 사용할 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등 장비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각자 할 일에 대해 되새기는 도중 신고자의 집에 도착하였다.
 
신고 현장에 도착해 보니 거실에 50대 남성이 누워있었고, 즉시 의식, 호흡, 맥박 등이 없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다. 환자의 동공은 풀려있었으며, 입이 열리지 않을 만큼 이를 세게 물고 있었다. 신고자는 환자의 아내 분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우리 남편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저희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저희를 믿고 진정하시라고 말씀드렸다.
 
환자상태 확인즉시 현장에서 2cycleCPR을 시행 후 병원 이송준비를 하였다. 현장 및 병원 이송도중 땀이 뻘뻘 날 정도로 CPR을 시행하였고, 제반 응급처치를 시행하였으나 쉽게 호전되지 않는 환자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짧은 거리에 위치한 병원까지의 이송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질 만큼 오늘따라 병원은 멀어 보이기만 했다. 구급차 안에서도 보호자는 오열을 하며 살아날 것 같다며, 아까는 숨을 쉬는 것 같았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별다른 지병 없이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은 더했고, 최선을 다해 심폐소생술 등 제반 처치를 시행하는 사이 병원에 도착하였고, 의료진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나서야 온몸에 흐르는 땀을 겨우 닦을 수 있었다.
 
필자 또한 요양원 내에서 심정지가 온 아버님을 요양원 관계자가 늦게 발견했고, 뒤늦은 심폐소생술로 1년간을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시다 아버님을 떠나보낸 아픔이 있기에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처치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라고 보호자 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남편분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힘들어 하는 보호자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좀 더 힘을 내서 처치를 해드렸어야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뇌세포를 살리고, 심장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뇌세포의 경우 피(산소) 공급이 안 되면 서서히 죽기 시작한다. 뇌세포는 한번 죽으면 재생이 불가능하고, 더불어 한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모든 기억들과 기능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더불어 심장이 뛰지 않는다면 온 몸에 피(산소)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신체 장기들 역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오랜 기간 생명을 유지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또한 현장에서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구급대원으로서 전문성을 키우고자 1급 응급구조사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을 하였고, 심폐소생술강사(Bls-Instructor)자격증도 취득하였다. 또한 매년 평균 200시간 이상 응급처치 관련 세미나, 심포지엄, 사이버교육 등 구급관련 교육을 이수해서 스스로의 전문성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겠지만, 가장 간단한 것이 가슴을 강하고, 빠르고 세게 누르는 것이다. 응급상황 시 내 가족, 내 식구는 내가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지체없이 가까운 소방서, 대한심폐소생협회, 대한적십자사 등으로 연락하시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으실 수 있다. 1년에 한 번씩만 연습해 본다면 실제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서슴없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하나로 또 하나의 생명을이라는 표어가 심폐소생술강사(Bls-Instructor)들에게 지급되는 티셔츠에 새겨져 있다. 적절한 응급처치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시행되는 심폐소생술만이 심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를 멀쩡한 정신으로 살릴 수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라 하겠다.
 
구급대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심정지 환자를 수시로 보게 된다. 그때마다 조금만 더 빨리 신고하고,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 할 때까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익힌, 어설픈 심폐소생술이라도 시행한다면 환자분의 회복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당황해서 시간만 흐르고, 구급대원이 도착 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환자회복은 느리고 예후도 좋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심폐소생술을 배운 초등학생이, 아버지가 심정지 상황 시 심폐소생술로 살린 실제 사례도 있는 만큼 우리가 조금만 심폐소생술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본다면 위급상황 시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살린다. 배워서 남주자^^
 
 
<프로필> - 진관 119 안전센터, 응급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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