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에서
뚜껑을 열면
뻐꾸기 우는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으랴
구름 따라 흘러가고
바람 따라 몰아가며
물길 따라 그렇게 걸어왔는데
링거 줄에 묶인 몸을
목숨이라고 붙들고 앉은 사람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야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고
씨앗을 떠나보내며
단팥빵같이 달콤한 사랑도
풋감처럼 떫은 이야기도
다 접고 나니
홀로 부르는 아리랑인데
눈 감겨 줄 사람이 곁에 있다면
죽음을 함께 할 사람이 옆에 있다면
피딱지 앉은 상처도 아름다우리라.
푸르른 그날이 사라지고
석양도 저무는 어둠 맞으며
돌고 도는 돈이 아니라
인연 줄에 매달린 정들이
조르르 배웅하는 그날에 감사하리라.
- 목필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