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펜
 
[칼럼]
 
 
작성일 : 14-02-07 17:01
윤진숙 해임은 박근혜 정부 도약의 전기(轉機)
 글쓴이 : 아라치
조회 : 1,512  
● 결국 말도 많던 윤진숙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해임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윤진숙의 명예를 살려주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가차없이 목을 날려 다른 공직자들에게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추상같은 인사권을 단행했다. 비록 늦었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처결이고, 대통령의 권위를 제대로 세우는 인사였다고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실 해양수산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권주자였을 때 다시 설치하기로 공약한 부처이다. 물론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외교와 안보, 경제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야 하는 해양수산부라는 막중한 부처에 여성을 앉히는 것에 대해 애초부터 많은 우려가 많았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것은 윤진숙이 성별(性別) 조차도 전혀 알수 없는 검증은 고사하고 세상에 한번도 이름이 회자되지 않은 그야말로 모래 속에 깊숙이 박혀 있었던 존재라는 점이었다. 
 
● 흔히 조선시대의 승려를 두고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으로 구분하는 것은 오래된 상식이다. 이판은 불교의 이법과 이치를 따지는 그야말로 수도승이고, 사판은 불교의 행정이나 절의 운영 등의 일을 맡아보는 승려를 가리킨다. 물론 우리가 말하는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말이고, 또 그 의미는 숭유억불(崇儒抑佛)을 채택한 조선시대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판과 사판은 분명 세상의 커다란 현상을 둘로 나누는 중요한 단어인 것 만큼은 사실이다. 
 
윤진숙 장관은 사실 이판(理判)에 해당하는 소위 순수 학자였다. 물론 이판에 속한 사람이 갑자기 사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윤진숙을 제대로 된 사판을 만들고 싶으면 어느 정도 훈련을 시킬 필요가 있었다. 한 1년 정도 차관 정도에 임명하여 해양수산부의 실무를 익히게 한 뒤, 장관에 임명했으면 본인의 전공 분야를 잘 살려 더욱 일을 잘 수행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 물정 모르고 학문 속에 빠져 살았던 이판승 윤진숙을 갑자기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장관에 임명해 놓았으니, 이는 결국 인사(人事)를 하는 임명권자의 실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진숙 본인도 청문회에서 장관에 발탁된 이유를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고, 10달 남짓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제대로 답변 한 번 하지 못했다. 
 
분명 학문적으로는 각광을 받던 학자인데, 갑자기 낯선 환경에 나와 일을 수행하려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어째든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대통령에게 해임을 당했으니, 본인은 정신적인 충격이 대단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 동안은 많은 상념 속에서 자신을 추슬러야 할 것이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은 모래 속에서 건진 진주를 잃어버렸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훌륭한 학자 한 명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 어째든 이번 윤진숙 해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는 분명히 깨달았다. 역사를 보아도 훌륭한 인사는 대개 주위의 추천에 의해 이루어지지, 군왕 혼자만의 안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으로 대통령은 본인이 단순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고 하여, 그런 사람을 막중한 자리에 앉히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인재풀이 근본적으로 확장된다. 
 
이판과 사판은 모두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이판이 갑자기 사판이 되어 능력을 잘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또한 사판 보고 이판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어자피 행정은 행정가가 맡고 연구는 학자가 하는 것이 정상이다. 각자의 전문분야와 특기, 그리고 재주를 잘 살펴 당사자가 어디에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살피는 것이 바로 인사권자의 덕목이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 덧붙이면 이제 국민들은 현오석에 대해서도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현오석은 국민들에게 상처주는 발언을 떠나 기본적인 능력이 안된다고 1년간 끊임없이 지적된 사람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현오석이 처음에 사고를 치고, 대통령의 경고에도 윤진숙이 거듭 사고치다 윤진숙이 다 뒤집어 쓴 꼴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은 많겠지만, 이제라도 현오석도 경질해야 한다.  
 
좀 더 현장감각이 있는 각료를 찾아야 하고, 동시에 금융마피아들에게 휘둘리는 현오석 같은 사람들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 윤진숙이든 현오석이든, 장관이 잘못하면 결국 그 책임은 모두 대통령에게 쏠리게 되어 있다. 대통령은 문제있는 장관들을 보면서, 딴 나라 사람취급 할 것이 아니다. 모두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 이제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의 가벼운 실수도 ‘앞으로 잘 하겠지...’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이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만만치 않은 우리 국민들의 부릅뜬 눈을 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진숙 장관의 해임을 기회로 인사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게시물은 더펜관리자님에 의해 2014-02-07 17:50:15 토론방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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