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으로부터 중국의 유명한 서예가인 엽배귀(葉培貴) 수도사범대 교수가 쓴 서예 작품을 선물로 받았다. 그 작품에는 [욕궁천리목, 경상일층루(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라는 열 글자가 쓰여져 있는데, 이는 당(唐)나라 때의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鸛雀樓)>라는 시의 두 구절이다.
● 왕지환은 흔히 변새시파(邊塞詩派)라 불리는 유파의 문인이었다. 주로 변경 지방의 관리로 있으면서, 드넓은 당(唐) 제국에 대한 자부심과 감개를 읊거나, 붓을 던지고 무인의 길을 걷는 투필종융(投筆從戎) 자부심을 토로하거나, 국경 지방의 군사(軍事)나 일상을 노래하는 것이 이들이 지은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왕지환은 실제로 북방의 흉노족이 중국 대륙을 넘어오는 길목인 산서성의 태원(太原) 출신이고, 그 인근인 문안현(文安縣)의 도위(都尉)의 직책을 수행하며, 변경의 수비를 책임진 장수였다. 그는 자주 칼을 손으로 치면서 호탕하게 자신의 포부와 감개를 노래하였다고 하는데, 대체로 비좁고 분주한 도회지가 아닌 광활한 자연의 공간에서 멋진 기개를 드러내는 작품을 남겼다.
● 박근혜 대통령이 선물로 받은 왕지환의 시구를 보면 “천리 끝까지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층 누각을 더 오른다”라는 내용이다. 시를 해석하는 것이야 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구절을 자질구레한 것에 연연치 않고 더 멀리 바라보면서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장수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가지 위기 속에 직면해 있다. 경제 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내수 시장은 불황을 겪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얼어 버렸고, 국민들의 민생은 땅에 떨어졌다. 국론은 점점 더 분열되고, 남북관계도 영 시원치 않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은 심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허무맹랑한 공약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실무를 책임진 복지부장관은 못해먹겠다고 사표까지 쓸 태세다.
●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문제도 개인비리냐?, 권력의 숙청이냐?는 문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는 무능한 정치능력이나 지도능력은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당장은 몇몇 외교 성과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고수하고 있지만, 점차 하락세로 돌아섰음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여당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감이 물망에 오르는 등, 마치 이미 레임덕이 시작된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바로 왕지환의 시구처럼 더 높은 곳에 올라 더 멀리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타협보다는 통보와 대결의 의지를 보인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분명 문제가 있다. 지금은 자질구레한 기(氣)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위에 적시한 저러한 수많은 난제(難題)를 풀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우선이지, 당장의 체면과 위신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 올해가 지나면, 세계적으로도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금 당장 국회를 열어 산적한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남은 임기 4년 반 뿐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대한민국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성큼성큼 나아가야 할 때다. 당장 몇 달 전 자신이 내걸은 복지공약도 제대로 시행하지도 못하게 생겼다. 그런데도 지금 당장의 체면과 위신을 위해 정치를 포기하고, 대화와 타협을 도외시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세웠다. 어자피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된 마당에, 패배한 세력을 보듬지 못한다면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와는 전혀 맞지 않는 행보다. 좀 더 멀리 내다보면서, 야당의 땡깡 수준의 어리광 정도는 적당히 받아주면서, 좀 더 원대하고 결정적인 결실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대통합을 실현시킬 대통령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화이팅을 기대해 본다!
[이 게시물은 더펜관리자님에 의해 2013-09-24 07:39:40 토론방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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