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홍대 앞, 지하철 2호선 1번 출구 근처에 갤러리 초이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의 관장은 최종관, 그는 우리나라 옻칠공예 채화칠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장인이다. 그는 품성도 매우 부드럽고 안존하며 너그럽지만, 때론 극한을 거뜬히 이겨내는 내공이 듬뿍 담겨 있는 사람이다.
그곳 갤러리 건물에 후학들이 그에게서 우리의 전통공예인 채화칠기를 배우고 있다. 그들은 당대 최고의 장인에게서 배우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을 다 한다.
최종관, 그의 가족은 부인과 남매가 구성원이고, 가족 모두가 채화칠기에 진력하고 있는 보기 드문 장인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고통을 경험하며 전공해 온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고, 자녀들 역시 부모의 일을 물려받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가족은 모두가 화목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한 가지에 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모습은 행복 뿐이 아니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부부와 자녀, 모두가 장인의 경지에 올라 각종 전시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으며, 그곳에서 후학을 지도하는데도 모두가 함께 한다.
스승으로써의 최종관은 제자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지난 3월 17일 17:00 최종관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 초이에서 제자들의 작품 전시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보통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도 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제자들의 기다림을 풀어 주고자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스승에 그 제자,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제자들의 작품은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고, 제자들 각자의 전공과 개성이 꽉 차있는 듯했다. 물론 제자들의 경력은 화려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제자들이 있고, 외국 유학을 다녀온 석학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전공을 넘어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옻칠공예와 채화칠로 승화시켜 세계 최고의 작품을 빚어낼 것을 확신한다.
제자들의 모시는 글, 서두에
"처음 채화칠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동기도 다 달랐지만, 우리의 전통기법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은 같아 채화칠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여기까지 왔습니다."라는 고백이 있었고, "노력한 정성만큼 나날이 새로운 자태를 보여주는 채화칠기는 마치 무럭무럭 자라는 자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환희를 담은 말을 남겼다.
최종관 관장님의 첫 회원전을 여는 소감에
"전통기법의 채화칠기는 오랜 세월 지켜져 내려온 우리의 것이며 마땅히 계승해야 할 우리의 자산이라"고 말 하며 "한평생 채화칠기에 바쳐온 저로서는 제 뜻에 공감하며 채화칠기 활성화에 같이 노력해온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고, 제자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한자리에 내보이는 기회가 무척 자랑스럽다."라고 말한다.
靑出於藍(청출어람),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는 실력을 쌓아야 발전한다. 그래야 그 분야가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그로 인하여 스승의 덕도 더욱 높이 기리는 것이다. 앞으로 이어지는 '채화 옻칠공예 연구회전'을 통하여 진정으로 스승을 능가하는 많은 제자들이 나타나서 우리 전통문화의 한 축인 채화칠기를 이끌고 풍요로운 문화의 꽃을 피워 가기를 진심으로 축원한다.
여러분의 혼을 담은 첫 번째 전시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