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지 대사는 뭐니 뭐니 해도 결혼이다. 아이를 하나 또는 둘 낳는 세상이라 돐잔치가 성대해졌다곤 하나 결혼식과는 비교 불가다. 얼마 전에도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성수기라 참석하진 못했지만 성의를 표시하며 행복을 비는 문자는 잊지 않았다. "고맙다"는 답장을 받으며 미안함을 달래다 문득 몇해 전 경험했던 후배 결혼식이 떠올랐다.
당시 난 개업 준비 중이라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장사꾼들은 사실 가족 잔치도 불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일까? 난 시간이 허락되면 가급적 경조사에 참석한다. 게다가 몇 년간 한솥밥을 먹은 후배였기에 참석하게 된 게 더없이 기뻤다.
신랑,신부는 말 그대로 선남선녀라 칭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준수한 한 쌍이였다. 헌데 황당한 일은 주례사가 끝나자 터졌다. 사회자가 난데없이 신랑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하더니 "하객들로부터 여행 경비를 받아오라"는 멘트를 날리는 게 아닌가. 신랑은 좀 난처한 표정을 짓다 한 손에 신발 한짝을 들고 돌기 시작했다.
난 황당했지만 후배가 민망해할까 배추잎 한 장을 넣어 주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객들 상당수 또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신랑의 체면을 봐서인지 돈을 넣어 주기 시작했다. 신랑은 새빨개진 얼굴을 하곤 쏜살 같이 한바퀴를 돌아 어처구니 없는 '앵벌이 쇼'를 마무리했다.
돐잡이 돈을 찬조받는 건 봤어도 신랑이 구두를 들고 도는 건 처음봤기에 귀가길 내내 그 장면이 떠나지 않았다. 며칠 후 지인들에게 황당한 결혼식 이야기를 했더니 다섯에 넷은 '어이 상실'이라는 답이 돌아왔고,한 명만이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잔치도 아닌 결혼식에 주인공을 그런식으로 내모는 건 정상은 아닐 것이다. 후배 또한 "앵벌이 같은 그짓을 안 했으면 했지만 친구들간에 해온 의례라 어쩔수가 없었다"는 속내를 피력해 뒷맛이 더욱 씁쓸했다. 후배를 포함한 그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이 친구들아! 결혼식은 장난이 아니야!"
<휘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