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가 떠나갔다.
장군이가 떠나가던 날 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낼모레면 미국에서 온 며느리와 손자 찬, 손녀 휘,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들은 사업이 바빠서 함께 오지 못했지만 1년에 한 번은 할아버지 할머니 보러 이곳에 와서 한 달쯤 머물다 가곤 한다.
아기 둘을 데리고 그 먼 거리 비행기 타고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며느리가 정말 고맙다.
한참 식사 중에 핸폰이 울린다.
이 시간에 할멈이 전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할멈의 목소리가 평상시와 다르게 울먹인다.
"여보, 장군이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왔는데 아무래도 죽었나 봐" 그리고 말을 잇지 못한다.
나는 친구와 서둘러 헤어지고 단골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할멈은 눈물을 훔치고 있고, 병원 안은 웅성웅성한데, 장군이를 치인 택시 기사가 있고 젊은이들이 두어 명, 그리고 경찰도 두 명이나 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장군이를 치인 택시기사가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고 그냥 가려고 하다가 젊은이들에게 잡히고 그들이 신고하여 경찰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몹시 화가 났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평소처럼 할멈이 장군이 목줄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택시가 골목 입구에서 돌리려다가 할멈만 보고 장군이를 못 봤다는 것이다.
난 할멈을 진정시키고 죽은 장군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장군이 놈이 눈을 말갛게 뜨고 혀는 빠져 있는데, 꼭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장군이의 눈을 감겨 주었다.
나도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이런데 할멈은 어떻겠는가?
자그마치 17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의 식구 장군이, 할멈은 17년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운동도 시키고 한 침대에서 잠을 자곤 했다.
장군이는 약간은 슬픈듯한 눈망울을 가지고 얼굴이 예쁜 코카스파니엘인데, 배변 훈련이 안되어서 매일 밖에 나가야 대 소변을 보는 놈이었다.
할멈은 17년 동안 어디 여행 한 번 가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 왔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동리 사람들이 우리 장군이를 모르면 간첩이라고까지 하는 존재감 있는 놈이었다.
장군이가 떠난 지 두 달이 채 안 되었는데, 가끔씩 보고 싶어진다. 내가 이러니 할멈은 어떻겠는가?
"장군아 춥지? 잘 지내고 있어! 다음에 또 올게" 할멈은 요즘도 그놈이 묻혀있는 산에 올라 인사말을 건네곤 한단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섭리가 아닌가?
만나고, 정들고, 헤어지는 것이 우리들의 일정표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짐승과 정들이지 말아야지~~"
"장군아 잘가~~, 너는 나의 마지막 정든 애완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