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형법에는 태자가 죄를 지으면 훈육하는 사부의 코를 베는 형벌이 있었다. 그럼 군주의 잘못에는 어떤 형벌이 있는가? 군주는 나라의 근간이므로 대놓고 처벌할 수가 없었다. 대신 군주를 잘못 이끈 간신배의 구족을 멸했다. 군주가 잘못됨은 보필하는 측근의 잘못이다.
만약 올바른 간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자리에 앉아 부귀영화를 누릴게 아니라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할 게 아닌가? 군주의 잘못을 방임한 무능은 정치를 바로잡은 인재의 용임을 방해한 죄까지 포함된다. 잘못된 정치로 나라기강이 허물어지는 걸 말없이 보고 있는 자도 소인배다.
나라를 지탱하는 것은 공정함이다. 공정이 없는 정치는 나라의 혼란을 부추겨 중구난방이 된다. 이럴 때를 기회로 사악한 무리가 세를 결집해 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게 되니 공정이 없으면 법이 제구실을 못한다.
보라! 측근이 잘못을 범해도 벌하지 않으니 국가기강이 무너져 대학 내 소요가 일어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 마땅히 소요책임을 물어 책임자를 사퇴시킴이 당연하거늘 그냥 눌러 않게 만들면 불똥이 어디로 틔겠는가?
공과 사를 구분치 못해 정치에 공정함이 없었던 선조임금의 말로가 어찌 됐는지를 알지 못하는가? 궁녀 김개시에 의해 독살 당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 아들 광해 역시 반정으로 쫓겨나질 않았는가?
지금이 어느 때 인줄도 모르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나라가 더 망가지기 전에 국정을 쇄신해 나라기강을 바로 잡지 않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멀지 않으니 그때 가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