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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3 08:39
이재오 검증 – 옥중서신(아내에게)
 글쓴이 : 시사랑
조회 : 1,165   추천 : 0   비추천 : 0  
 
이재오 검증 옥중서신(아내에게)
 
<하늘도 얼었는가.>
 
당신께.
 
멀리 무등산 봉우리가 구름에 가려 보면 볼수록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겨울도 맹위를 떨치고, 녹다가 만 눈은 그대로 얼어붙어 한층 계절을 실감케 합니다. 이달도 하순에 접어들고, 이해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80년대는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기에 70년대를 온통 옥에서 보냈는데, 80년대의 첫해를 유배지에서 보내고 보니 지난 세월을 속은 것만 같아 가슴이 온통 쓰라려 오는군요.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고독하게 이겨나가는 인내를 배울 수밖에는․ ․ ․.
당신도 70년대를 나와 같이 걸어온 그 숱한 사연 속에 80년대를 좀 더 밝고 기쁘게 살아가야 할 텐데, 그 첫해를 또 남편의 옥바라지에 골몰하다가 한 해를 보내게 되었군요.
그러나 우리에게 인내해야 할 아픔이 있다면, 맞이해야 할 기쁨도 있으리라.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았듯이․ ․ ․.
지난 새벽에는 당신이 가게 문을 여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본 가게와 우리 집은 무척 화려했습니다.
당신의 온갖 정성이 깃들여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고은이가 내 곁에서 자고 있는 듯한 환각에 빈자리를 만져보고 너무도 허전해 잠자리에서 일어나답니다.
우리 고은이와 은별이가 내가 유배지에서 풀려날 때쯤은 너무 커버려 오히려 서먹서먹해지지 않을까 하는 한가한 생각을, 새벽 밤 하늘에 남은 별을 헤아려보면서 씁쓰름하게 해 봅니다.
어서 세월이 흘러서 지난날의 그 많은 서러운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할 날이 어서어서 왔으면 하고 조그만 창문을 닫았습니다.
새벽 공기가 가슴 한 가운데까지 밀고 들어와 내 심장이 아직도 건재함을 의식하고 한 번 더 주먹을 불끈 쥐고, 어금니는 지그시 물고 남은 세월쯤은 하고 방안을 뛰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나의 다정한 반려자여.
그동안 그 한 많은 사연일랑 차곡차곡 쌓아두고, 밝아오는 새해일랑 우리 활짝 웃을 날을 기다려봅시다.
옥 문이 활짝 열리고 우리가 함께 부둥켜 얼싸안고 뛸 듯이 기쁜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봅시다.
그동안 어머님과 당신과 고은이와 은별이의 건강을 좁은 방에서나마 끊임없이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게가 번창해서 당신이 여사장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금년 한해 고생 많이 하였습니다. 새해에는 당신에게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길 바라면서 한시 하나를 지어보겠습니다.
 
遠山與雪暮今年獄中之心愃常靑
獄門開日何時矣無常歲月恨疊疊
먼 산의 눈과 함께 금년도 저무는구나
옥중의 마음은 항상 푸르지만
옥문이 열릴 날은 어느 때인가
덧없는 것은 세월인데 한만 첩첩이 쌓이는구나
 
19801220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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