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껌을 씹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멀리서만 보아도 소가 뭔가를 씹고 있단 걸 알 수가 있다. 그게 꼭 고무나무 액을 원료로 한 롯데 껌이 아니라도 껌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소야 ! 세상은 너보고 어리석은 짐승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너의 충직성만은 알아 줘야 한다.
지금은 대우가 좀 나아졌다지만 근래까지만 해도 너의 운명은 논밭에서 매맞아가며 종일일하다 저녁때가 돼서야 외양간으로 돌아와 여물죽 한사발로 끼니를 때우다가 죽은 뒤엔 육신은 불고기로 가죽과 뿔은 도구로 만들고 하다못해 뼈다귀까지 우려먹는 주인을 원망치 않고 한집에 산 너는 부처의 환생일 게다.
소야 ! 너는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다.
너희 조상들처럼 지금 코 둘레를 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금 한가히 껌 씹고 있는 때냐?
소야 ! 소 닭 보듯 한단 말은 말짱 헛소리다. 닭에도 신경 써야 할 때가 있다.
소야 ! 만일 네가 그렇게 껌만 씹고 있다간 “정치에 환멸을 느껴 무심히 지나다간 너보다도 못한 지도자를 만난다.”는 플라톤의 말을 생각 키울 날이 올 게다.
소야 ! 네 몸 하나 겨우 누울 자리 밖에 없는 비좁은 외양간을 떠나 드넓은 초원서 뛰놀 수 있는데 자유를 누릴 소중한 이 기회를 버리고 왜 껌만 씹고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