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기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만난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뭔가 화난 사람처럼 동석(同席)한 두 정상들이 눈치를 살필 정도였다.
특히 아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베는 미소를 머금으며 박근혜에게 덕담을 건넸고 "친해지자"라는 메세지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형식적인 답례(答禮)조차 미흡했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선친의 이력(?)을 의식한 행동만으로 볼 수 없는 어색한 관계는 2년여 간 지속됐고 일본 방문은 4년이 다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세월호 당시 외국 정상 중 아베가 가장 먼저 조의(弔意)를 표했고 분향소도 찾았다. 물론 노골적으로 자신을 불편해하던 박근혜에게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모든 게 국익을 위한 제스츄어라 해도 현재 한,일 관계와 미국과의 유대를 감안하면 아베가 박근혜보다 한 수(手) 위였다는 게 입증됐다.
미,일은 수교 이래 최선의 관계이고 일본을 방문 중인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기인했다곤 하나 국가 전반의 경영과 상황이 고려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린 어떠한가? 조선업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내수 경제는 바닥을 친지 오래다. 해외 관광객은 중국인만 의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내국인의 80~90%에 육박했음에도 그들을 우대 중이고 다문화(多文化) 신봉자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아베는 "부담금을 낼지언정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반면 유럽의 사태를 보고도 우리 정부는 아름아름 그들을 받아 들이고 있다.
무슬림이 어떤 사람들인지 일본은 과거 이라크,이란 전쟁 난민을 받아봐 알고 있고 우린 경험이 없어 그렇다 치자. 허면 유럽의 상황을 살피고 전문가의 자문(諮問)을 구해야 함에도 그리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을 영악하다고만 치부할 게 아니라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처세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임진왜란 발발 한참 전부터 일본은 조총(鳥銃)을 활용하고 있었고 조선이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반면 조선은 일본을 무시하기 급급했고 그들을 살피지 않은 결과 아낌 없이 당한 것이다.
아베와 일본을 이기려면 그들을 살펴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우린 알 필요가 있다. 왜냐? 브라질처럼 먼 나라가 아닌 우리와 대면(對面)하고 있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 노력을 아베는 충실히 했고 박근혜는 외면했다. 한일 관계의 서먹함이 과연 아베만의 잘못일까? 우리는 완전무결한가? 모르긴 해도 국제 사회는 일본 편을 들 것이다. 박근혜의 동선(動線) 하나 하나를 체크한 최순실이 등장한 이상 더 더욱 말이다.
<휘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