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본동 노량진 배수지 공사장으로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현장 관계자 등 어림잡아 30여명이 줄지어 모였다. 지난 7월 중순 폭우로 불어난 한강물에 휩쓸려 지하 근로자 7명이 목숨을 잃은 '노량진 수몰 사고' 현장에 '이동식 법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의 천대엽(49) 재판장은 "이런 사건은 오감(五感)으로 파악하는 게 빠르다"며 현장 검증 각오를 다졌다.
관련 재판 판검사와 관계자들을 태운 공사장 리프트는 지하 50m까지 내려갔다.지하에선 먼지와 시멘트 냄새가 코를 찌르고 벽면에선 침전수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직경 2.2m, 총길이 1426m의 통로를 걸어 차수막이 파손된 지점으로 향하자 움푹 팬 차수막 잔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볼트와 너트가 뜯겨 나간 자리가 선명했다. 재판부는 주변을 확인하고 현장 관리자들에게 수시로 질문을 던지며 사고 당시 상황을 복원해 나갔다. 모든 과정을 녹음하면서 중요 부분은 사진도 찍었다. 현장 검증은 두 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범선윤(여.29) 판사는 "역시 백문불여일견이 맞는다"며 "소송 기록만 봐서는 잘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명확해졌다"고 했다//조선일보 김은정 기자
재판 관련 판검사가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현장을 저토록 꼼꼼하게 검증한것은 아마 드문일일 것이다. 정확한 재판을 위해서일 것이다. 정치적 사건들을 두고 사람들은 때론 판검사를 불신하고 비난하며 욕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판검사 님들은 아마 이럴것이라고 생각한다
천대엽 재판장의 "이런 사건은 오감(五感)으로 파악하는 게 빠르다", 범선윤(여.29) 판사의 "역시 백문불여일견이 맞는다. 소송 기록만 봐서는 잘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명확해졌다"는 말은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있게 볼수 있도록 하는 말이다
'법의 불신' 시대에 살고있다. 수사나 재판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불리하게 진행되면 법의 음모론을 제기한다. 보복수사니 보복 판결이니 하며 불복한다. 아예 법 자체를 무시하기도 한다
수배 된 조폭이 칼을 든 상대 조폭에게 쫏기자 경찰서로 뛰어들어가 날 구속시켜 보호해 달라고 하더라는 농담이 있다. 이는 그 누구도 법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있으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살수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몇일전 2만여명이 몰려 정권퇴진 시위를 벌렸고, 급기야 불법시위로 번져 도로를 점거해 차량이 한시간 이상씩 서있었고 시민들이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60이 넘은 여성이 불법 시위대에게 불평을 하자 30살 정도 된 시위대는 "이리로 들어오라. 두둘겨 패주겠다"고 악담을 퍼부었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폭도에게 법이 없었다면? 불법 폭도가 선량한 시민을 협박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라서 응징을 해야하는 것이라 총으로 협박해 끌어가 몽둥이로 두들겨 패거나 해서 아마 온전치 못했을 것이며, 그렇게 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있다. 불법시위대로서 무고한 시민을 협박하는 폭도지만 그렇게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법이있다. 그 법으로 보호를 받기에 불법시위대 폭도는 저런 협박을 하고도 온전할수 있는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에게 적든 크든 원한을 사지 않을수 없다. 이때 법이 없다면 그 원한을 어떻게 씻을것인가 생각해 본다. 법이 없다면 내가 가장 자신있는 것으로 원한을 사게 한 자를 어떻게 할것이고, 내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자도 마찬가지일 것인데, 그렇다면 세상은 온통 살인 천국일 것이다
내게 불리하게 진행이 되면 법을 향해 비난하고 음모론을 제기하지만, 사실은 이처럼 모두가 법의 보호를 받고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갈수 있다
비록 성질은 틀리지만 우리의 판검사님들이 법의 공정한 집행과 적용을 위해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현장을 찾아 저토록 꼼꼼히 현장검증을 하며 "소송 기록만 봐서는 잘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명확해졌다"고 소회했다는 것은, 법이 없으면 단 하루도 마음놓고 살수없는 우리 시민들이 법을 신뢰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