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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8 15:53
[김희곤] 다시 돌아보는 공자의 삶
 글쓴이 : 주노
조회 : 1,950   추천 : 0   비추천 : 0  
초빙칼럼       
                                                                                                          김희곤.jpg
                                                                                                                김 희 곤
                                                                                                                                                       행정학박사, 수필가
다시 돌아보는 공자의 삶
 
 
퇴직하자마자 대장암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장기간 들다보니 나도 우울증이 오는 것 같았고, 인간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병원응급실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생사를 바라보면서 우리네 삶은 과연 무엇인가?‘ 사경을 헤매는 구십 노인을 앞에 두고 형제자매 간의 심각한 갈등을 보면서 아무 의미없이 오래 살아 자식의 짐이 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나 자신도 삶의 정체성문제에 고민하던 차에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님 이셨던 고 정요일 교수님으로부터 논어를 일여년 남짓 배우기 시작하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공자님의 삶도 공부하게 되었다.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절의를 바꾸지 않은 그분의 삶에서 나는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내가 느낀 생각을 미력하나마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한때는 공자(孔子)가 동아시아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고 삼국시대부터 조선왕조에 이르기 까지 필수 교과목 이었던 논어(論語)는 중국에서는 모택동 의 5.4운동을 통해 봉건윤리의 대표적인 책으로 비판(‘打倒孔家店’)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는 책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을 만큼 고리타분한 것으로 간주 되었다. 이는 소인과 여성을 멀리하라.’ 라는 구절이 요즘 대세인 여성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제사 등 지나친 효에 관한 의식(儀式)이 우리를 억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조선시대 예()에 대한 잘못된 관습에 기인 한 것이지 공자의 원래 가르침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자의 논어가 2500년이나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무릇 오래된 것은 그만큼 많은 세월의 풍화작용에 따른 마모를 견뎌낸 것이고,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학자와 선현들에 의해 이미 검증 된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문장인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만 하더라도 잘못 이해하면 왜 지금은 창의의 시대인데 옛 것을 고집하여 새로움을 가로 막는가?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하고 思而不學則殆니라)” 이때 망()은 사리에 어둡고 갑갑하고 얻는 게 없다는 뜻이고, ()는 독단에 빠져 위태롭고 불안한 것을 이른다. 두 경우 다 배움에 임하는 태도가 겸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씀으로 미루어 볼 때. 溫故而知新은 단순히 늘 과거에 묻혀 사는 뒤 돌아보기 문화만이 아니란 거다. ‘지신(知新)을 하기 위해서 온고(溫故)를 하는 것이라 해석 하는 것이 맞다 고 하겠다. 또 어떤이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 공자가 맞는가? 라고 하는데 그런 이에게는 일본의 시부자와 에이치(澁澤榮一)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제일은행’ ‘일본적십자’ ‘제국호텔’ ‘오사카방적회사’ ‘도쿄증권거래소’ ‘삿포로맥주등 기업을 설립했다. 그의 책 논어와 주판을 인용하면 논어는 도덕경영을 주판은 이윤추구를 말하는데, 주판이 논어를 통해 완벽한 경지에 도달하는 상호 보완적인 개념임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공자나 논어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뒤처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공자의 삶을 되돌아보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할 것이다.
 
공자(B.C551-479)는 평생을 참으로 힘들고 어렵게 살았다. 무당인 어머니 안징재(顔徵在)는 자기보다 쉰 두살 이나 많은 숙양홀(叔梁紇)의 첩 이었다. 그나마 삼년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본처인 시씨(施氏)에게 쫓겨나 곡부(曲阜)로 옮겨가 살았다. 공자는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랐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17살 때 어머니를 여의였으며, 19살 때 송나라 출신 여인과 혼인했으나 부인은 도망을 갔다. 이복형인 맹피(孟皮)는 다리를 저는 장애자였다. 먹고 살기위해 창고지기, 소양치기 등 온갖 험한 일을 하며 살았다. 요즘말로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다가 51세에 처음으로 벼슬자리에 나아갔다. 중도재(中都宰)라는 지방관리 벼슬이었다. 이후 소사공(小司空), 대사구(大司寇)등 벼슬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공자는 당시 왕족으로 권력을 휘두르던 정치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당하고 갈등을 빚다 벼슬을 그만뒀다. 그의 나이 55세 때였다. 그러니 공자가 공직에 재임했던 기간은 고작 4년여에 불과했다. 정치적 포부도 좌절된 것이다. 이후 14년 동안이나 이 나라 저 나라를 방랑하다가 노나라로 되돌아온 것이 그의 나이 68세 때였다. 아끼던 제자 안회(顔回)를 그의 나이 70세에 잃었고 평생의 호위무사였던 아홉 살 어린 자로(子路)는 괴외(蒯聵)에 의해 젓갈로 담가졌다. 그 충격으로 공자는 그 이듬해 공자의 나이 73세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공자의 위대함은 현실에서의 고달픔에도 불구하고 도를 닦고 덕을 세우다가 곤궁에 빠진다 해도 절의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君子之學 非爲通也 爲窮而不困 憂而意不衰也)”하시고,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라.(不患人知不己知 患不知人也)하신 말씀에서 보듯이 매일 매일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자와 논어는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의 생활은 비록 곤궁(困窮)하였지만 근면하고 열정적으로 학문을 닦았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에라도 배움을 요청했다. 그의 삶은 역경을 헤치고 살아온 인간승리 이며 고난 속에서도 그가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도리(道理)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이 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는 그의 말씀처럼 생활이 힘들 때 마다 논어의 한 구절 한 구절을 되새기며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하게 현대에 적용한다면 충분히 우리 삶의 나침판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 수필가
- 행정학 박사
- 한국행정학회 운영이사
- 전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국민체육진흥공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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