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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에 실린 글방]
 
 
작성일 : 15-03-20 23:29
[서 강] 노블리스 오블리주
 글쓴이 : 주노
조회 : 1,571   추천 : 0   비추천 : 0  
     
                                                                                                      서강.jpg
                                                                                                     서 강
                                                                                         사회단체대표
 
노블리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 사회지도층의 병역문제를 중심으로 -
 
 
7080세대로서 젊은 시절 어른들로부터 가끔씩 들은 말이 있다. “사회적으로 잘나가고 힘 있는 사람치고 군대갔다온 사람이 드물고 자식 또한 군대에 잘 안 보낸다는 것이다. 드러내 놓고는 못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고 주위에서 접하거나 직접 확인할 방도도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 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995월 고위공직자 등의 병역사항을 신고하여 공개하게 되었다. 2000년부터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해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되었고, 청문회 과정에서 병역의무의 이행여부가 주요항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부 관보에 공개된 본인과 자식의 병역사항에 대한 통계자료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단골메뉴로 불거지는 후보자 본인이나 자식의 병역문제를 접하고 보니 가끔씩은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다. 병역의무가 결국에는 권력이나 힘이 없는 약자, 서민들의 몫이었다는 말이 된다.
 
그 무렵 가장 유력했던 대통령후보는 두 아들 모두가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병풍의혹 시비로 인해 대선의 문턱에서 두 번씩이나 고배를 마셨고, 이러한 반사이익이 한몫하여 당선된 대통령은 적반하장격으로 군에 가서 복무하는 기간을 몇 년 썩는 기간이라고 까지 표현하는가하면, 국가적인 돌발사태와 위기상황 발생시에 소집되어 안보관련 현안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이하 심지어 국정원장까지 병역미필자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웃지 못 할 상황까지 겪어야 했던 지난세월이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사슬처럼 계속 이어져 현 정부의 고위공무원등 공직자 181명이 현역 입영대상자 판정을 받고도 나중에 병역처분 변경제도를 이용·악용해 재신체검사를 받는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밝혀졌고, 국회의원 등 입법부 21, 사법부 51명 등 입법사법행정 3개 국가권력기관에서 4급 이상 공직자 253(20138월말 기준)이 같은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것이다. 얼마전 한 시민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20%(5명중 1명꼴, 201447일 현재)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고, 조사결과 일반 국민에게는 쉽지 않은, 독특하거나 석연치 않은 사유에 의한 면제사례도 있었다.
 
이렇다보니 현재에 와서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와 관련한 병역문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통과의례 정도가 되었고, 선출직 공무원의 병역공개사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무감각해져 있다.
 
또 한편으로 젊은 시절 자주 들은 말이 하나 더 있다.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지금에 와서도 국민대다수가 과연 이 말에 공감할지는 의문이 든다. 이는 최근 들어 몇 달 동안 유난히 군대관련 사건, 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군대내 관심병사가 저지른 총기, 구타사고와 이에 따른 사망 및 자살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했고 전 국민적 관심사로써 큰 문제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이 땅에서 남자로 태어났고 청춘이라면 가지 않을 수 없는, 꼭 다녀와야 하는 군대가 짐처럼 느껴지게 되고 점점 더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되어가는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 또한 부모입장에서도 아무리 강심장이거나 무사태평하더라도 귀한 자식을 군대에 보내서 맡기고 싶겠는가, 보냈다 하더라도 안심하고 생업에 열중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현재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로써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과 군사적으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G2), 러시아, 일본 등 4대 강국은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처한 냉혹하고 위중한 안보위협에 대처하기위해 총력안보태세를 확립해야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병역비리·면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최근 법원은 병역을 피하려 외국국적을 취득한 30대 남성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권리는 의무를 수반해야 하며,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리는 여러 혜택과 권리에 대응하는 의무라며 이를 기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밝힌바 있다.
 
위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10년 사이 국외 영주권자의 자원입대는 10배가 늘었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보면서 조국에 대한 의무감이 커지고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습득 등 정체성을 찿는데 있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누구나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가. 기왕에 가야하는 곳이라면 최소한 떳떳하고 당당하게 갈수 있도록 되어야할 것이고, 아무리 헌법에 따른 의무이고 대한민국의 국민된 도리라 하더라도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할 기회를 부여받은데 대해 자랑스럽고 영예롭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대와 병영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도 필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사회 지도층, 고위층, 부유층은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 특권의식을 버리고 적어도 공평하게 병역을 부담하고 더 나아가서는 앞장서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와중에도 재계순위 3위에 있는 재벌 경영인의 딸이 해군 사관후보생 모집에 그것도 가장 힘들다는 함정승선 장교를 지원해 고위정치인 아들, 재벌 2세 등의 병역문제가 사회문제로 되어 있는 가운데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하여 굳이 저 멀리 유럽의 왕실에 대한 예를 들지 않아도 될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다.
 
더 늦기 전에 현재와 같은 병역 및 군 복무와 관련한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고 그 밖에 갖가지 사회병리 현상을 근원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사회지도층은 각자의 법적 의무뿐 아니라 이에 더하여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해 솔선수범하는 문화를 조성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프로필>
 
-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국민감시단 상임대표
- 자유통일연대 공동대표
- 더펜커뮤니티 편집위원, 총무간사
-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총학(93)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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