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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11 17:47
혹리(酷吏)와 채동욱 검찰총장의 최후
 글쓴이 : 아라치
조회 : 2,096   추천 : 2   비추천 : 0  
● 사마천이 쓴《사기(史記)》에는 혹리열전(酷吏列傳)이라는 부분이 있고, 반고가 지은《한서(漢書)》에는 혹리전(酷吏傳)이라는 부분이 있다. 혹리(酷吏)란 법(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법가(法家)의 정신을 통해 사회를 정화(淨化)하려는 관리들을 지칭한다. 혹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고, 단죄(斷罪)를 하는 데에 있어서 지위의 고하를 가리지 않으며, 특히 기득권층과 권력층에 대한 단죄는 더욱 가혹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나라 때에 대표적인 혹리로는 왕가(王嘉)와 하무(何武), 장창(張敞), 조광한(趙廣漢) 등이 있었다. 이들은 최절호강(摧折豪强) 즉 강한 자들을 꺾어버리고, 부조빈약(扶助貧弱) 즉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돕는 소위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에 기반한 판결을 많이 내렸다. 그래서 이들은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당시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관리라는 명성을 얻었다.  
 
● 그러나 혹리들은 이러한 최절호강(摧折豪强)의 태도 때문에,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당한 권력층들은 원한을 갖게 되고, 그 혹리에게 반격할 기회를 항상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은 꼬투리를 잡게 되면, 모두 달려들어 반드시 그 혹리를 처단하였다. 따라서 혹리들은 추상같은 법의 기강을 세우다가, 기득권층의 미움을 사서 결국 자신도 죽게 된 것이다.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 혹리하고 하면, 바로 검찰청의 검사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뭐든지 법(法)을 기준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단죄한다. 이번에 채동욱의 검찰청이 전두환 추징금을 기어코 받아내는 것을 보면, 관연 최절호강(摧折豪强)의 혹리들이 바로 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고대의 혹리처럼, 채동욱에게도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문제로 정국이 시끄럽다. 이것이 진실인지 허위보도인지는 확실치 않다. 물론 채동욱 총장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고, 이젠 상대 여성인 임모씨의 해명성 편지도 공개되었다. 그 편지를 보니, 임모 여성은 ‘채’씨 성을 가진 사람들만 사랑하는 그런 특이한 성격의 여성인 듯 하다. 게다가 술이나 팔아먹고 살던 여성이 쓴 글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문체로 쓴 그 편지를 보니, 이젠 무식하면 술집도 하기 어려운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어째든 이 두 가지 이유만 놓고 볼 때도 나는 채동욱 총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채동욱 주위의 사람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진실은 여전히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채동욱의 외도 문제가 왜 하필 이런 시점에 불거져 나왔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최절호강(摧折豪强)하려다 되려 호강(豪强)한 기득권의 반격을 받고 있다는 개연성이 읽혀진다. 
 
채동욱 총장은 박근혜에 임명된 호남출신의 공직자다. 당초 인사청문회에서 ‘아무리 까도 미담(美談) 밖에 나오는 것이 없다’면서, 박근혜의 총체적인 인사실패 중에서도 유일한 성공사례로 꼽혔던 사람이다. 그런 채동욱 총장이 전두환 비자금 환수를 건드렸다가 보수세력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실제로 채동욱이 그런 부끄러운 과거를 자행했다면, 비판은 물론 경질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소위 이러한 시기(時機)에 그런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주위에서 이런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면, 왜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사전에 검증하지 않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人事)는 100% 모두 실패한 엉터리 인사였음이 증명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채동욱 총장은 자신의 아들을 부정한 비정한 아버지로 남을 것이다. 결국 채동욱 총장 본인의 양심에 달려 있다. 아무리 엄정한 법의 집행도 중요하지만, 채동욱 총장은 상식과 이성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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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13-09-11 20:04
 
아라치님, 별고 없이 잘 지내시고 계시지요?
이제 추석도 일주일 앞으로 닥아 왔습니다. ^^

이러나 저러나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악재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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