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추리 소설의 재료를 남기고 유병언은 떠났다.
떠나고 나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온다. 시신이 유병언이 아니라는 설도 나오고, 죽은 날짜가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이라는 주장(박지원의 말)도 있다. 죽은 시점도 그렇지만 "타살이다" "자살이다" "자연사다."라는 여러 가지 주장이 난무한다.
저마다 집히는 생각이 여러 가지로 "운전기사가 죽였을 것이다" 혹은 "뒤가 구린 자들이 누구를 시켜서 죽였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또 돈 때문에 "강도를 당했다"고도 한다. 아니면 구원파 신도 일부가 반감을 가지고 죽였다고 하기도 한다. 국민들 모두가 나름대로 추측하면서 "틀림없이 그렇게 죽었을 거야"라고 한다.
그러나 망자는 말이 없다. 그가 죽기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40일이 지난 엊그제까지 검경은 물론 군까지 동원하며 그를 찾는다고 온통 난리를 치더니,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망신만 된통 당하고 국민들에게 불신만 왕창 쏟아부었으니 앞으로 국민들 누가 공권력의 말과 행동을 옳게 믿으려 하겠는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겠는가? 죽은 유병언의 시신을 경찰이 가지고 있으면서 영장 연장을 했다니 그 또한 볼썽사납다.
유병언의 죽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남 몰래 미소 짓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먼저 안도하는 자들은 뭔가 유병언과 커넥션이 있는 관료나 정치인들이 아닐까 한다. 또 미소 짓는 사람들은 차명으로 유병언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구원파 등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 그들은 시비 없이 재산을 챙길 수 있으니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부르겠는가? 이미 유병언은 교주로서의 품위는 잃은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공권력 뿐만 아니라 관료사회부터 온통 다 부패하여 유병언이 시신에 구더기 잔뜩 끼듯이 썩어 문드러졌으니 온 세상이 그리되지 않겠는가? 세월호 희생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꾸어 정의로운 국가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아무런 의미 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불신과 무기력만 더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사라진 밝은 미소와 힘찬 용기를 어떻게 회복할까? 활기찬 삶의 현장은 침울함으로 변했고 서로 불신의 벽만 높아가는 암담한 현실은 아무도 풀어 줄 능력이 없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특별법을 만든다고 국회에서는 여 야가 협의 중이다. 수사권을 놓고 서로가 팽팽한 주장을 하는데, 사실 양측이 다 일리 있는 주장이긴 하다.
그러나 그 법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더 문제다. 사실 상시 사고에 대비하는 법이 세워져야 하는데, 그 이름부터 거부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특별법' 특별하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특별한 것은 모서리가 있고 뒷면이 어둡다. 사람이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기는 하지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도 받을 때는 남과 구분되니 특별해 보여 좋아하지만 결국에는 그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순리적으로 온전해지는 것이 좋은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나 그래도 특별한 조치보다는 순리가 훨씬 좋은 결실을 맺는다. 다만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부터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의를 세워야 한다. 정의를 말로 세우려 하지 말고 위국애민의 정성으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위정자로부터 민초들 모두에게까지 정의가 물 흐르듯하는 날 우리는 선진국 국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