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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18 15:13
하수(何壽)와 최연혜의 인사청탁
 글쓴이 : 아라치
조회 : 1,386   추천 : 2   비추천 : 0  
●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에 하무(何武)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학문에 뛰어났고, 특히 당시《주역》의 대가였다. 그는 오랜 동안 지방의 군리(郡吏)를 역임하였는데, 공명정대하고 청렴하여 백성들의 신망이 대단하였다. 그래서 훗날 재상까지 승차했다가, 열후(列侯)의 반열에 올랐다.
 
하무는 인자하고 후덕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사(公私)를 분명히 구별하는 관리였다. 그가 제일 싫어했던 것이 바로 인사청탁이다. 하무는 인사청탁은 소위 기득권 계층이 기득권을 지키는 방식 중에 가장 못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단 한번도 인사청탁을 들어준 적도 없고, 또 자신도 그런 행위를 해 본 적이 없다.  
 
● 하무가 양주자사(揚州刺史)라는 벼슬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그의 상관인 오군태수(吳郡太守)는 하수(何壽)라는 사람이었다. 하수는 하무가 재상이 될 만한 그릇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성도 같은 하씨였기에 하수는 하무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다. 훗날 하수는 대사농(大司農)이 되었고, 하무는 여강군(廬江郡)의 태수로 승진하였다.  
 
당시 하수의 형의 아들이 하무 밑에서 장사(長史)라는 낮은 직책을 맡고 있었다. 어느날 하무가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장안으로 오는데, 이때 하수의 조카도 하무를 수행하며 함께 장안으로 왔다. 그러자 하수는 하무의 동생인 하현(何顯) 등 몇 사람을 초대하여 술자리를 벌였다.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자, 하수는 조카를 불러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은근히 잘봐달라고 소위 인사청탁을 했다. 
 
● 하무의 동생 하현도 매우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기에, 하수의 이러한 인사청탁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되어, 곧바로 형에게 가서 이 일을 알렸다. 이 말을 들은 하무는 지방관직은 황제가 직접 위임한 자리인데, 감히 사적(私的)으로 청탁을 하다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크게 개탄하였다.  
 
하무는 공사(公私)의 구분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흔히 말하는 정실인사(情實人事)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인재가 있으면, 신분을 가리지 않고 황제에게 추천했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 중에 훌륭한 인재가 있으면, 아무리 훌륭해도 추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족을 추천하는 것은 결국 청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 하무에 대해 조야(朝野)에서 그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셀프인사청탁] 때문에 다시 정국이 시끄러워졌다. 기가 찰 일이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잘 보좌한 공(功)으로 낙하산 타고 공기업 사장 자리에 떨어졌다면, 죽을 각오로 공기업 개혁에 매진하며 일을 하면 된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것이고, 인정을 받게 되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새로운 출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물러난 대전시 서구당협위원장 자리에 미련이 남아, 나중에 코레일 사장에서 물러나면 다시 복귀하겠다는 알량한 욕심에 스스로 여당 대표를 찾아가 셀프인사청탁을 한 것이다. 각 정당의 대표는 전국의 당협위원장 자리에 대한 임명권한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당연히 황우여 대표가 행사해야 할 권한에, 시건방지게 자신이 깃발 꽃았던 자리랍시고 그곳에 내가 원치 않는 사람은 절대 임명해서는 안된다는 월권(越權)을 한 것이다. 황우여 대표가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 아마도 최연혜는 이번 코레일 개혁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좋은 점수를 땄다고 여겼을테고, 그래서 다음 총선에 반드시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를 하려 했던 것 같다. 사람이 꿈과 야망을 가지는 것 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자신이 현재 맡은 직분이 있으면 그것에 매진해야지,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위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시건방지게 당대표실에 박차고 들어가 그런 완곡한 협박성 청탁을 했다니, 뭐 이런 시덥잖은 것이 다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이렇게 대통령의 신임이라는 빽만 믿고서, 박근혜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한다면 이야 말로 희대의 간신이요, 난신적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것도 대통령이 인도(印度)로 출국하자 말이다. 이렇게 공사 구별 못하고, 공직자로서의 진퇴(進退)도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이 다시 국민의 대표가 되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이런 사람이 정녕 국회의원이 된다면, 우리의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또 얼마나 흙탕물로 혼탁해지겠는가!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2100년 전의 하무(何武)가 최연혜의 이 셀프인사청탁을 들었으면 뭐라고 했을라나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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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모리 14-01-18 22:04
 
끝내주네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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